2024년 여름, 드디어 나는 종영된 지 1년도 넘은 백종원의 골목 식당을 유튜브로 쪼개서 보기 시작했다. 아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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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음식과 장사, 그 자체도 재미있다. 대한민국에 아무리 자영업자가 많아도 대부분은 시켜먹는 입장이지, 요리를 공급하는 업자가 아니니까, 그런데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니 너무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점은 이것이 마치 인생극장과 같은 다큐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의 업장에서 자신의 운명을 걸고 사업을 진행한다. 그 속에서 그 사람들의 인생이 보인다. 거기서 시청자는 또다른 자신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 재미있다~
글쎄,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보기 좋은 사장님에 대해서 감정이입을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히려 게으르고 천박한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갔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지만 누군가는 욕을 실컷 먹는다, 우선 백종원한테 욕먹고, 시청자들에게 욕먹고, 유튜브에 박제되어 댓글로까지 욕먹고...
욕하는 글을 보면 가관이다. 자신은 마치 단 한번도 게으른 적이 없고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저런 놈의 질이 나쁜 인간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니 하면서 탄식을 하고 있다. 세상에 그렇게 자기 성공에 진심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은 그렇게 욕을 먹어야 하나? 백종원은 어떻게든 장사가 잘 되도록 도와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오히려 사장님들은 자기 인생과 사업이 걸려있는데도 별 관심이 없다, 아니면 어리석고 오만하다. 백종원은 답답해서 사람들을 다그치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하고... 자기 사업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백종원은 그럴 자격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시험 기간 만이라도 공부 좀 열심히 해보라고 다그치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 때는 나의 미래가 여기서 결정된다는 소리를 암만 들어도 어찌나 놀고 싶던지. 사람은 일정 수준 이상의 쾌락을 느껴야 살 수 있다. 그 쾌락을 공부 그 자체, 그리고 성공으로 느껴야 하는데... 보상 회로가 고장나서 제대로 공부를 못 했다.
지금도 그렇다. 인생 참 나태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