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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설치 에러 (004 혹은 업데이트의 파일 일부가 손상)



간만에 롤을 깔아보려니 이상한 에러가 자꾸 뜬다.

이 업데이트의 파일 일부가 손상되거나 사라졌습니다. 재시작해 다시 시도하거나 재설치해주세요.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경우 고객지원에 문의해 주세요.

라는 메시지인데, 고객지원을 눌러봐야 영 엉뚱한 얘기만 써 있고..


근데.. 어쩌다 해결이 됐다..??
참 이상한데

1. 바탕화면에 깔린 아이콘에 오른쪽을 눌러서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

2. 업데이트

반복..?

한 30번 정도 반복하니까 어쩌다 됐다. ?

그런데 클라이언트 실행하면 또 004 에러.. 여기서부터는 포기다.


이 당시 결제 문제로 서버 점검중이었는데 풀리고 나니까 설치 잘 된다.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업데이트나 신규 설치를 막는 듯 하다. 물론 왜 막았는지 왜 안 되는지 바로바로 안 알려줘서 그렇지. 게임 서버 점검은 항상 급박하게 이뤄지고 그런 상황에서 유저에게 일일이 친절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하라는 둥 별 얘기 많은데, 혹시 문제가 있어서 점검중이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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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diabots - 싸움밖에 모르는 AI 배틀로봇



Gladiabots 는 로봇 배틀 + AI 프로그래밍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우리가 알던 배틀로봇이 하드웨어 + 조종술의 대결이라면 Gladiabots는 로봇을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같은 로봇을 쓰더라도 얼마나 똑똑하게 움직이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로봇은 4종류가 주어지며 각각 속도와 사거리, 파워, 내구성 측면에서 특징이 있다. 이들 로봇을 잘 조합하여 상대와의 대결에 승리해야 한다. 단순한 전멸전도 있지만 특정 영역을 사수한다든지, 깃발 뺏기라든지 다양한 게임 룰이 있다.

싸움은 어떻게 일어날까? 기본은 바로 어그로와 포커스이다. 체력이 떨어진 로봇은 후퇴해서 쉴드를 채우고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하나씩 집중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가령 깃발 뺏기의 경우 자연스럽게 수송 병력과 호위 병력으로 나뉘어지며 어느 쪽을 먼저 공격할 것인지,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AI 프로그래밍은 모두 그래픽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약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상당한 양의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너무 순수하게 로봇, 배틀, 프로그래밍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네러티브와 스토리가 없고, 차가운 바닥에 로봇밖에 없다.  포탈을 보라. 자칫 평범한 퍼즐게임이 될 수 있는 것에 환상적인 스토리와 연출이 더해지자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이 되지 않았는가. 자칫 지루하고 까다로울 수 있는 프로그래밍이 어떻게 하면 유저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AI가 하는 일이란 것도 미로 찾기도 아니고 그저 사거리 계산해서 왔다갔다 하면서 쉴드 채우고 점사하고 이 정도 뿐이라 체감상 불륨이 작다. 파고들기로 얼마나 파고들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만이 게임 컨텐츠의 전부인 것이다.

좋은 그래픽과 스크립트 편집기를 가지고 다양한 컨텐츠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쉬운 게임이다. 섬멸전, 깃발뺏기, 점령전 외 다른 룰이 있다든지, 로봇의 하드웨어를 고치고 그에 맞는 AI를 설계한다든지 더 다양한 요소가 추가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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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 펑크 - 최상의 연출과 시나리오


 11bit studio는 This War Of Mine 으로 화제가 되어 그 동안 다양한 게임들을 내놓았다. 대형 게임은 아닐지라도 특유의 레트로 감성과 충실한 시나리오로 매나이를 형성하고 있다.

프로스트 펑크는 그 동안의 게임 중 This War Of Mine과 가장 닮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이 혹한의 설정, 그리고 서바이벌 상황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존엄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게임의 주된 컨텐츠는 경영과 심시티이다. 주변의 자원을 채취하고, 건물을 건설하고, 테크트리를 개발하는 등 게임 구조는 매우 평범하다. 다만 혹한에 싸우는 작은 인간 사회라는 설정 속에서 생존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을 버리도록 선택을 강요한다. 여기에 충분한 연출로 몰입감을 더해서 단순한 매니악한 스크립트 위주의 게임성을 벗어나 대중적인 입맛도 만족시키고 있다.

중요한 건 난이도이다. 난이도가 너무 쉬우면 특유의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게임의 분위기를 느끼기보다 시스템을 분석하고 파고들기에 열중하여 그 역시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게임에서 다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 사상자 한 명도 없이 게임을 끝내려고 하는 노력은 안 하는 것이 좋다. 좀 고생도 하고 이래저래 난관이 와도 어떻게든 게임을 붙잡고 진행을 해보는 것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공포영화를 보는데 아무도 안 죽는 건 말이 안 된다. 사람이 죽는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싫으면 애초에 공포영화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이 게임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발버둥쳐야 하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동반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긴장을 즐기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또 재미난 건 일반적인 심시티와는 달리 직교좌표가 아닌 극좌표계를 채용하여 가운데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건물을 쌓아나가야 한다. 극좌표계 그 자체로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경영 시뮬레이션 + 심시티 + 생존게임에 적절한 연출이 합쳐진 수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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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us Magnum - 육각의 공장

대략 아래와 같은 공정을 만드는 게임이다.






작은 공이 리젠되는 블럭과 로봇 팔 등 도구가 주어진다. 사용자는 이들을 조합하여 완성품을 만들어야 한다. 로봇 팔의 집고 놓고 회전하는 모든 동작은 주어진 스크립트대로 움직인다. 사용자는 로봇팔을 원하는 위치에 배치하고 스크립트를 작성할 수 있다. 팔이 움직이고  원자를 실어나르는 모든 동작은 2D 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 부딧칠 수 있다. 때문에 공간적 배치가 중요하다.

원자끼리는 변환이 된다. 불이나 물과 같은 원자는 소금으로 바뀌고 철은 동, 은, 금으로 바뀐다.

사용할 수 있는 로봇 팔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붙잡고 있다 보면 끝내는 풀린다는 것이 이 퍼즐의 특징이다. 그래서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다는 말이 나오고, 쉽게 풀어도 되고 어렵게 풀어도 된다. 어렵게 풀고 싶은 사람은 생산 속도, 공간, 혹은 로봇팔을 구매하는데 드는 돈을 가지고 다른 유저랑 경쟁할 수 있다.

로봇팔의 동작을 시퀸서로 제어하는 것이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이다. 머리를 써가며 작품을 만드는 보람이 든다.

게임의 깊이란 것은 사용자에게 달렸다. 얼마나 복잡한, 혹은 기발한 발상으로 공장을 완성하느냐는 오로지 유저가 선택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스토리가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Portal2와 같은 깊이는 아니고 그냥 스크립트 정도.

확대/축소, 스크롤, 미니맵과 같은 세세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쉽다.

간단한 게임 치고는 가격이 꽤 된다. Factorio 와 같은 게임과 비교해보라.

작품 감상...:
https://www.reddit.com/r/opus_mag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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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a Is You - 돌아온 소코반





"Baba Is You"

2018년 출시된 퍼즐 게임, 스팀이나 닌텐도로 즐길 수 있다.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소코반과 거의 비슷하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조종하는 캐릭터, 승리 조건, 이동 불가 블럭 등 다양한 게임 조건이 블럭 배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엄청난 뎁스의 퍼즐 구성이 가능하다.

[블록조작으로 게임룰을 바꿈] -> [바뀐 룰 안에서 새로운 블록을 조작] -> 반복

주어 블록, IS 블록, 목적어 블록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임 룰이 달라지며, 때로는 기상천외한 방법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소코반으로 대표되는 제한된 탐색 범위 내에서 해를 찾는 미로식 퍼즐 + 거의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기발한 해를 찾는 넌센스식 퍼즐,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조합되어 있다.

아무리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라지만 정말로 보잘 것 없는 그래픽과 사운드는 큰 단점이다. 특히 배경음악은 오래 들으면 들을 수록 귀가 아프기 때문에 꺼 두는 것이 상책이다.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싫어할 리가 없는 게임이며, 스크린샷이나 소개글을 보고 구매하는 사람들의 기대치, 딱 그 정도의 게임성과 재미는 충분히 보장하기 때문에, 게다가 질릴만큼의 레벨과 불륨까지 충분히 보장하기 때문에, 스팀에서 평가는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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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3 리뷰 - 허접한 게임성에 충실한 역사 시뮬레이션

  오랜만에 PC에서 즐길 만한 삼국지 시리즈가 나왔다. 삼국지 11이 나온지 벌써 10년만이다. 삼국지 12가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다소 완성도가 떨어졌다면 이번 13은 야심차게 PC용으로 나온 것이다.





 *영걸전 - 캠페인 모드

 영걸전은 튜토리얼을 겸하는 캠페인 모드다.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라가면 삼국지 대부분의 내용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FPS와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온라인 대전을 주로 하는 RTS장르들이 충실한 캠페인을 갖추고 있는 유행을 따라갔다고 볼 수 있겠다. 초기 메뉴에서도 영걸전이 본편보다 위에 있는 만큼 본편보다 오히려 주력이 되는 컨텐츠다.



  위의 메뉴에서 영걸전이 캠페인 모드, 본편이 보통 하던 삼국지다.

 영걸전의 캠페인은 상당한 양의 동영상과 많은 양의 이벤트 대사들을 모두 모아 충실하게 구현했다. 삼국지를 구매한 유저라면 본편보다 우선 영걸전을 먼저 클리어하고 본편은 커스텀 시나리오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서는 일단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일단' 좋은 점수라고, 좋게 평가하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영걸전 시나리오의 내용을 이미 유저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엔딩까지 스토리를 이미 다 알고 있다면 RPG 게임이 재미있을까? 코에이 삼국지만의 특별한 해석이나, 재치있는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각종 동영상과 이펙트로 연출을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쯤 되면 게임 플레이는 이미 아는 내용, 아는 이벤트를 보기 위한 노가다일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시리즈의 삼국지를 하면서 한 번도 조조를 플레이한 적이 없다. 조조는 쉬워서 재미없고, 또 역사 그대로 이루어지기에 재미없다. 유비, 손권이나 동탁, 여포, 원소와 같은 특별한 세력으로 클리어를 할 때 역사를 뒤집는 재미가 있다. 동오의 덕왕 엄백호로 삼국지를 클리어하는 걸 사람들이 그렇게나 좋아하지 않았나. 이 영걸전 말고 원래 진짜 영걸전만 봐도, 삼국지 그대로의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다. 스토리만 비슷할 뿐 아니라 모든 인물들의 대사까지 평범한 삼국지13의 영걸전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












  조조가 출정하면서 주고 받는 장면이다. 극화체와 만화체를 섞은 듯한 그림 연출은 멋있는지 모르겠지만, 대사가 심심하고 뻔한 것이 퀄리티가 너무 떨어진다. 애들 보는 역사 만화도 저런 영혼 상실한 대사는 없다. 13편 고유의 인물 해석은 커녕 있는 그대로의 모습조차 제대로 연출이 안 된다.



  더불어서 심하게 안습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이게 무슨 튜토리얼인가, 그냥 설명서고 그냥 연습하는 거지. 저런 형태의 설명은 내가 산업용 비전 검사 프로그램 제작하면서 같이  딸려가는 설명서 만들 때나 쓰는 거지, 게임이 무슨 이래. 삼국지 11에 등정하던 간지폭풍 내정의 달인 유비는 어디로 갔는가.

 *스킵할 수 없는 각종 이펙트

  본 게임 내에서는 모든 대사와 인터페이스 요소, 인물 그래픽에 모두 그래픽 효과가 들어있어서 마우스를 광클릭한다고 재빠르게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페이드 인/아웃되는 것을 모두 묵묵히 지켜봐야 한다. 처음 게임을 접할 때는 충분히 여러 대사에 감동을 느끼면서 느긋하게 진행하게 되겠지만, 차츰 대부분의 컨텐츠를 소비하고 나면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봤던 대사, 봤던 이벤트는 빨리 빨리 넘어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버튼 한 번 눌렀을 뿐인데 저렇게 페이드 인 이펙트로 메뉴가 나온다. 모든 대사, 장면 등 모든 화면 전환 및 등장 스프라이트에는 저런 이펙트가 동반되어 나온다. 빨리 다음 메뉴를 누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오직 느긋한 마음으로 저런 것들을 천천히 지켜봐야 한다.

  장수가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무작위로 수상한 상인과 설전 이벤트가 뜨는데, 마치 RPG에서 던전을 움직이다 적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이걸 자주 겪으면서 떠오른 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조금 지나치다면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다. 파이널 판타지에서 적을 한 번 만나면 각종 이펙트와 효과로 전투가 시작하는데, 이걸 스킵할 수 없다. 간단히 몇 합 주고받는 전투에서도 주인공이 달려가서 때리고, 적이 피해를 받고, 어쩌구 하는 효과들을 모두 봐야 한다. 전투 한 번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슈로대는 어떤가? 로봇이 총 한 번 쏘려고 하면 무진장 긴 동영상을 무조건 봐야 한다.




  요렇게 간단히 대화를 주고받고 메뉴를 보는 데도 5초는 걸린다. 그놈의 이펙트들 때문에.

  설전 메뉴를 선택하면 전투로 돌입하는데 10초 정도 걸리고...






자 드디어 본격 전투.
여기서 다섯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면!





캬.. 이렇게 서로 1합 주고받는 데만 한참 걸리네.



  그림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나? 이건 일본식 RPG에서 자주 나오는 강제 전투 연출. 결정적으로 별로 멋있지도 않다.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는 유저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 삼국지는 기존 일본 게임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왔다. 어떤 유저들에게는 좋게 어필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한 번 클리어하고 접을 수 있는 RPG시리즈에서나 유효하며, 각 국의 군주로 엔딩을 여러 본 보는 삼국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빨리 빨리 중요한 컨트롤만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각종 에니메이션이 발목을 잡는 거다. 이것이 결국 유저의 피로도를 증가시키고, 반복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삼국지의 중요한 컨텐츠 하나를 포기한 셈이면서, 영걸전에 더 힘을 쏟은 인상을 주는 이유다. 영걸전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본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불편한 인터페이스


  삼국지의 전략과 전투는 모두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빠르고 간편한 조작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스타크래프트와는 다르게 시간을 멈추고 여유롭게 컨트롤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그게 해결책이 아니다! 여기서 느낌표! 게임을 하다 보면 너무 화가 나기 때문이다. 어째서 RTS 시스템의 게임이 턴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걸까? 이동, 공격 명령을 하는데 마우스 우클릭 한 번이면 될 것을, 부대를 하나 선택해서 팝업 메뉴 중 이동을 누른 뒤, 이동할 곳을 클릭, 이렇게 복잡하다. 이건 턴제에서 쓰던 방식 아닌가. 그래서 세밀한 컨트롤을 위해서는 시간 정지가 필수다. 시간을 멈추고 명령, 조금 상황을 본 뒤 시간을 멈추고 명령. 이게 뭐야 정말...


우리편 부대는 신야에 모여있고, 적은 여남 방향으로 있을 때, 부대 공격 명령을 내리려면




먼저 우리편 부대를 클릭한 뒤



진군 명령을 클릭한다.




적 부대를 클릭하고,



여기서 또 공격 대상 부대를 골라야 한다.

이렇게 네 번이나 클릭해야 하는 일을 모든 부대에 빠짐없이 해야 한다. 클릭할 때마다 지연을 유발시키는 그래픽 이펙트는 덤이다.


전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명령을 내릴 부대를 클릭하고



그 중에서 이동 명령을 고른 뒤,


이동할 장소를 클릭한다.

  그나마 전투맵에서는 드래그로 전체 지정이 가능해서 낫다. 다만 그렇게 하면 전투에서의 전략은 없어지는 것이지만.

  전투맵의 일부는 이동 불가능한 곳인데, 눈에 띄질 않는다. 괜히 잘못 움직였다가 벽으로 몰려서 죽는다. 움직일 수 없는 곳은 시각적으로 눈에 띄어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나. 아마추어도 아니고.

 아래 그림에서 빨간 네모로 표시한 곳은 언덕인데 지나갈 수 없다. 알고 나서 보면 언덕 같지만 그냥 게임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아래처럼 화면을 축소해서 명령을 내릴 때는 더더욱 눈에 안 보인다.



이것은 한 예일 뿐, 전투맵 곳곳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함정이 많다.

  이렇게 불편하기 때문에 소규모 병력으로 컨트롤 잘 해서 이기는 것은 점차 포기하게 되고 그냥 물량으로 밀어붙일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후술할 문제와 겹쳐서 그냥 물량전, 각개격파 전투가 된다. 많은 병력을 주면 내가 컨트롤 안 해도 어차피 알아서 이기므로 전투는 그냥 위임하게 된다. 필드맵에서 부대 움직이는 것도 바쁜데.  결국 게임이 점점 재미없어지는 거다.


*그냥 물량전, 각개격파


  위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엄백호와 같은 인물이 통일을 이룰 확률은 얼마나 될까? 현실에서는 업백호가 만 번 다시 태어나도 만 번 모두 실패할 것이지만, 삼국지 11에서는 가능했다. 제갈량만 있으면 조조가 대륙 전체를 먹고 있거나 말거나 다 이길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사기적 성능을 갖춘 무장들이 게임 밸런스를 망친다고는 하나, 게임 삼국지 11은 정말 게임으로서 충실한 것이다.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에서 게임성은 극대화된다.

  삼국지 13은? 엄백호를 잡으면 만 번 게임을 해도 만 번 진다. 천하의 제갈량이라도 북벌을 성공하지 못하면 도저히 조조의 병력을 당해낼 수 없다. 전투에서 아무리 병력 배치를 귀신같이 해도 물량 앞에서는 답이 없다. 너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무력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각 국의 군세와 상황도 역사를 기준으로 흘러간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시작만 역사대로 시작할 뿐, 1년만 지나면 각 국의 군세나 장수들의 등용 상황이 개판이 되기 일쑤였기 때문에 이런 기능이 필요하다고는 하나, 판타지가 존재하지 않는 건조한 전투와 시너지를 일으켜 아무 이변도 없는 게임이 된다.

  이것이 역사 시뮬레이션으로서는 충실한 걸까? 아니, 오히려 본래의 삼국지 콘텐츠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삼국지 13에서는 장판파도 없고, 귀신같은 제갈량의 전법도 없다. 그 제갈량을 천여 병력으로 막았던 학소도 없다. 현실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판타지다, 특히 나관중의 삼국지는 더욱 그렇다. 삼국지의 기묘한 전략 전술은 없고, 물량전만 남았다.

  그래서 삼국지 13의 유일한 전술은, 각개격파다. 그저 많은 병력으로 적은 병력을 잡아먹는 것이 게임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의 전부다. 심지어 소규모 전투에서도 그렇다. 일부 병력을 유인해서 야금야금 각개격파하는 것이 정답이다. 장판파 같은 걸 하면 100% 진다. 상대방의 병력이 많을 때, 시원하게 역전할 수는 없고 계속 도망다니면서 갉아먹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피곤한 경험이다.

*개성없는 장수들


  삼국지 13은 시리즈 최악의 몰개성을 자랑한다. 이전 작은 최소한 S급 장수는 S급 능력을 보여주기라도 했고, 11에서는 각 장수마다 독특한 능력이 있기라도 했지, 13은 아무 것도 없다. 각 장수마다 가지고 있는 전법은 많은데, 결국 사기, 방어력, 공격력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아니면 잠깐 적을 도망치게 하거나. 전법 간에 개성이 돋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전법 포인트가 모여야 겨우 한 번씩 쓸 수 있는데, 제일 좋은 전법을 가진 장수의 것만 계속 쓰고 나머지 장수들은 무슨 전법인지 관심도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전투에서 강한 장수가 어떻게 얼마나 강한지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부대끼리 싸우면서 비비다 보면, 어느 한 쪽은 병사가 빨리 줄고 어느 한 쪽은 병사가 덜 줄어드는 것으로 체감할 뿐이다. 강력한 필살기가 돋보였던 11편에 비해 13편은 그저 부비적 부비적이 전부.


*아무 필요도 없는 인간관계


  장수제 게임으로서 다른 장수들과 관계를 맺는 것 자체는 무척 흥미진진한 요소고, 현실감, 몰입감 면에서도 좋으나, 사실 게임의 승패와는 큰 상관이 없다. 결혼해서 H 씬을 볼 것도 아니고. 딱 하나, 장수 등용에만 관계가 있다. 그런데 타국 장수와 친해지는 것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고, 단지 친해졌다고 꼬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인간 관계, 특히 같은 진영 내의 인간 관계는 실제 게임 진행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나마 군주인 손권과 친해지면 고위직을 얻기 쉬워지는 정도.

  게다가 게임이 중반 쯤 넘어가면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인간관계는 잊어버리게 된다.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선물이 필요한데, 초반에 느긋할 때는 선물 살 돈이 없지만 후반에는 돈 쓸 겨를이 없다.


이 장면이 207년부터 조조와 싸워서 231년이 된 것이다. 싸우는 동안 돈 쓸 겨를이 없어서 50000골드가 넘었다. 그저 조조와 반땅 싸움을 하는 것 조차 우리편 AI의 삽질 때문에 내가 열심히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가만히 있으면 220년 경에 멸망할 것을 쉴 새 없이 싸우고 또 싸워서 여기까지 끌고오고 나니 피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상한 건 원수 시스템이다. 자기 친한 사람을 죽인 놈을 원수로 삼는데, 전투에서 원수를 만난면 유저의 명령을 듣지 않고 무조건 돌격한다. 이 때문에 불리한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전 장수가 따라서 들어가거나 혼자 죽게 내버려두거나. 원수가 생기는 것이 어째서 패널티가 되는 걸까. 유비가 이릉 전투를 일으켜 촉을 대차게 말아먹은 것을 재현한 걸까?

*AI

  삼국지의 AI는 늘 까임의 대상이 되어 왔다. AI가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 상대 컴퓨터 AI의 허술한 점을 이용하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니까. 그런데 문제는 항상 우리편이다. 특히 도독이 되었을 때, 우리 군주가 내 직할 도시에서 병력과 장수를 빼간다. 빼가서 대규모 병력에 꼴아박는다. 내가 차곡차곡 군비를 쌓아두면 그걸 군주가 홀랑 까먹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어찌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으랴. 멍청한 AI를 상관으로 모시고 있는 경험은 플레이어에게 박탈감과 무기력감을 준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결국 우리편 AI 때문에 망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그냥 하기 싫어진다. 본래 장수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참여하고 함께하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 멍청한 상관을 두어서 불편하고 피곤한 기분은 느끼고 싶지 않다. 적당히 자기 병력만 지키고 있어도 좋으련만, 내 직할 병력까지 다 끌어모아서 적에게 바치는 우리 군주님을 어떻게 해야 할까.
 

 

조조의 5만 대군에 8천으로 꼴아박고 있는 감녕. 내가 다스리는 도시에서 말도 없이 병력을 빼내가서 저렇게 소모시킨다. 어? 내 도시에 병력 어디갔어? 하고 찾아보면 저 모양인데, 취소하고 되돌릴 수도 없다. 막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군주 AI 앞에서 무기력하다. 이게 내 돈 주고 내 시간 내서 시작한 게임에서 느껴야 하는 경험이 맞는 건가.


*결론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에 대한 애정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플레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불편하고 짜증나는데 이것 저것 섞어놓고, 연출도 허접하다. 삼국지 11이 최고였고, 거기까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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