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몇 년 만에 영화관에 가고 싶었는데, 볼 게 범죄도시4 밖에 없었다. 이게 그나마 제일 재미있어 보인다, 그런 뜻이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범죄도시4 외에는 상영을 안 하는 것이었다.
이게 맞냐? 글을 쓰는 19시경에 캡쳐해서 이 정돈데, 낮 시간에도 전부다 범죄도시 밖에 없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범죄도시 4를 보러 간 것이 맞다.
그리고 아주 재미없는 영화였다. 이유...?
1. 위기가 없는 스토리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긴장감 없이 계속 물량 뽑아서 밀고 또 밀어버리는 캠페인 진행하는 기분이었다. 물량 뽑고 건물 부수고 그 자체도 사실 재미있긴 하다. 그러나 긴장감이 전혀 없다. 심지어는 긴장하지 말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청소하시던 아주머니 목에 칼 맞고 다쳤는데, 그 다음에 무사히 치료중이십니다, 친절하게 설명.
악당들과 밀고 당기는 진행이 아니라 한 놈씩 잡아서 족치는 스토리. 혹은 지들끼리 싸우고 배신하는 스토리. 유일한 재미 포인트는 업장을 형사들이 차려서 스스로 덤벼오게 하자, 이게 스토리로부터 오는 재미의 전부이다.
1.1. 긴장감이 없는 난장판 액션
앞서 설명한 스토리의 연장선인데...
액션신만 해도 긴장감이 없고 떼로 몰려와서 족치는 게 끝이다. 2편에서 강해상이 1 대 다로 싸우던 스릴이 없다. 편안하게 때려부수는 것을 감상하면 된다.
순수한 액션 그 자체도 별로라고 생각한다. 액션에 몰입감이 있으려면 스릴러가 동반되든지, 스토리적으로 싸우는 이유가 너무 명확하든지, 올드보이의 복도씬처럼 공간적 방향이라도 있던지 해야 하는데, 그냥 우당탕 하고 몰려가서 난전을 만드는 데다가 누가 이길지 전부 예측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소리만 우렁차고, 카메라 역동적이면 그게 액션 잘 만든 건가? 그건 만화책에서 효과만 잔뜩 넣으면 그만이라는 것과 똑같다. 이 영화 액션 만든 사람은 드래곤볼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2. 어색한 연기, 전형적인 연출
새로 추가된 사이버수사쪽 형사님들, 완전히 전형적인 연기톤 그대로이다.
연기가 맛이 없으면 명장면이 안 나온다.
초반부에 부검 끝나고 형사 둘이 나오는데, 어머니가 일어나서 형사님들 어떻게 됐어요? 하는 장면, 나는 이게 너무 웃겼다.
3. 개콘보다 재미없는 개그
동기화가 무엇인고 하니 동기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Open Source. 마동석이 사이버수사와 관련해서 바보개그 친다는 것도 뻔히 예상되는 판에 그 퀄리티도 너무 낮다.
FDA = Folice Dark Army .... 이런 건 술자리에서도 재미없겠다.
장이수의 노력은 눈물겹다. 제한된 상황과 대사를 최대한 살려냈다.
FDA의 미국 독수리 = 짭새! 이거 그나마 개콘 수준.
결론 =
스타크래프트 캠페인 하듯이 그냥 물량 뽑아서 다 때려부수는 원초적인 재미가 전부인 영화.
나 어렸을 때, 싸우는 영화만 찾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초등학교 때 졸업했다.
2013년인가 나왔던 국산 애니메이션인데, 스팀에서 33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https://store.steampowered.com/app/468060/PADAK/
횟집에 잡혀들어온 고등어가 어항을 탈출해서 바다로 간다는 이야기인데, 매우 현실적인 묘사가 특징이다. 벌써 이렇게 한 줄만 봐도 내용을 다 설명하고 남은 느낌이다.
회라는 요리, 생으로 살을 썰어 먹는다는 그로테스크함, 생선이란 동물이 가지고 있는 기괴함이랄까, 그리고 약육강식의 현실이 주는 잔혹함,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해서 단순한 탈출 동화를 매우 극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주인공인 우리 파닥이는 매우 단순한 캐릭터에 멍청함까지 가지고 있다. 어항에 들어오자마자 나갈꺼야! 만 외치며 하루 종일 유리벽에 머리를 들이받는다. 실제 고등어야 그럴 수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저래도 되나 싶다. 게다가 바다라는 야생에서 컸음에도 불구하고 양식장에서 자란 물고기들보다 야성이 없고 순한 것도 공감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것은 오히려 고등어가 아니라 넙치. 유일하게 입체적인 캐릭터를 가졌고, 나름 스토리가 있는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그게 이 영화의 유일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빙은 모두 전문 성우들이 맡았다. 인간의 경우는 자연스러운 일상톤으로 연기했고 물고기들은 약간의 극화톤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편이다. 성우의 연기를 항상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으로만 접하다보니 뭔가 말투가 과장되어 있고 억지로 목을 눌러 목소리를 변형시킨 티가 나서 영 거북했는데, 그나마 여기서는 자연스럽다.
본격적인 뮤지컬 형식은 아니지만 몇 곡의 노래가 들어있고 이 때는 2D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나름 볼만한 요소, 들을만한 요소이다. 성우들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밥 먹는 데 울고 지랄이야, 밥맛 떨어지게" - 같은 수족관 물고기의 꼬리를 뜯어먹으면서 하는 말
선도 악도 없는 잔인한 약육강식의 세계, 그 속에서 최상위포식자인 우리는 인간이다. 그래서 평소에 물고기의 입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과연 물고기들은 어떨까? 잔인한 묘사를 통해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약간의 위트를 섞어서 너무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배려했다. 그 잔인하고 (물고기 입장에서)현실적인 묘사라는 것은 나름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으나, 그것은 그저 작품의 분위기만 전달할 뿐, 전체적인 영화구조나 스토리에 큰 영향이 없으며 충격, 그걸로 그냥 끝이라는 게 문제다. 먹고 먹히는 현실에 충분히 몰입하는 경험은 좋지만 어항과 바다를 대비시켜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는 미흡하다. 대사는 전체적으로 임팩트가 부족하고, 특히 고등어가 바다로 가는 희망을 얘기할 때는 좀 루즈하다. 무엇보다 역시 내용이 좀 없다.
횟감이 되는 물고기의 입장에서 횟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물고기 입장에서 잔인한 톤으로 그려본다는 것, 벌써부터 뻔하지 않나.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건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 영화보다 한 편의 시가 더 나은 것 같다.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