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기술자 - 당신은 작품을 만드는가

당신이 만든 그 결과물은 당신의 작품인가?

나는 지금 비록 프로그래머이지만 한 때는 작곡가를 꿈꾸던 음악인이었고, 지금도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엔지니어 이전에 아티스트였고, 그러한 성향이 평소에든 일을 할 때든 많이 드러나곤 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은 그 누구에게 보여주어야 할 결과물 이전에 나만의 작품이다. 이러한 생각이 일에 도움이 될 때는 누구보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괜히 내 맘대로 뭘 해보려다가 일을 망치는 경우도 많았다.

예전에 동아리 활동에서 대자보를 만드는 일이 많았는데, 나는 심각한 고민과 구상 끝에 꼼꼼한 크레파스질과 가위질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반면에, 다른 후배는 대충(내가 볼 때) 인터넷에서 자료를 참고한 뒤 쓱싹쓱싹 순식간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내가 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덕분에 많은 자유시간이 확보됨은 물론 내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이 일로 해서 내 예술가적 기질이 얼마나 사람들과 나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술가 테스트 문항


아래는 내가 직접 만든 테스트이다. 아래 항목에 해당하는 경험이 많을 수록 당신은 예술가이다.

1. 교수님이 내는 과제가 시시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교수님이 쉬운 과제를 내면 옳다구나 하고 기뻐하면 될 일인데, 예술가는 꼭 상대방의 요구사항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2. 나는 가끔 천재적인 기질을 보일 때가 있다.
신이시여, 이 영화를 정녕 제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 <벤허>를 감독한 와일러

3. 내가 설치한 윈도우가 아니면 내 컴퓨터가 아니다.
모든 환경은 완벽하고 통제 가능해야 한다.

4. 바탕화면을 고르는데 30분 이상 걸린다.
예술을 위해서는 나만의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

5. 우리 학교에는 하찮은 교수님이 많다.
자존심과 자만심이야말로 예술가의 본성이다.

6. 특별한 이유 없이 예전에 했던 과제나 프로젝트를 이따금씩 꺼내본다.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7. 파이썬은 자바보다 아름답다. (혹은 그 반대)
아름다움을 왜 따짐?

8. 교수님들은 내가 낸 과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나만의 관점, 나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은 욕구가 많으며, 대체로 이것은 잘 채워지지 않는다.

9. 시시한 논문에는 차라리 내 이름을 빼고 싶다.
예술가는 경력보다 자존심이 먼저다. 아무리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일할 때 특징


일을 하다 보면, 혹은 일을 시켜보면 예술가 기질의 사람과 기술자 기질의 사람은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때로는 큰 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결국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내가 예술가 기질이기 때문에 약간의 자학 개그를 섞어 보았다. ㅎㅎ

장) 예술가 :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단) 기술자 : 시키는 대로만 한다.
장) 기술자 : 시키는 대로는 잘 한다.
단) 예술가 : 시키는 대로 안 한다.

장) 예술가 :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한다.
단) 기술자 : 보수를 보고 일한다.
장) 기술자 : 보수만큼은 일한다.
단) 예술가 : 보수 이상으로 열심히 하다(기획만 하다) 혼자 퍼진다.

장) 예술가 : 요구사항 외에 여러 가지 필요한 기능을 생각해온다.
단) 기술자 : 요구하는 기능 외에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굴러가든 관심이 없다.
장) 기술자 : 요구하는 기능은 잘 구현한다.
단) 예술가 : 요구사항과 영 상관이 없는 결과물을 가지고 와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려고 든다.

장??) 예술가 : 시시한 일에는 관심이 없다.
단) 기술자 : 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다.
장) 기술자 :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한다.
단??) 예술가 : 쓸데없는 일에 관심이 많다.

쓸데없는 일이 정말 쓸데없는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예술가는 자기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두루 관심이 많기 때문에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잡아먹는 것 같기도 하지만, 더 좋은 결과물과 방향을 제시할 때가 많다. 하여튼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 없다. ㅋㅋㅋ


성격을 보완할 부분



예술가든 기술자든 그 성격이 다듬어지고 완성되면 결국 비슷해진다. 성격과 상관없이 직무에 있어서 요구되는 사항은 똑같은데 개선할 방향이 다르다.

예술가는 자기 하고 싶을 때만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때로는 자기 자존심만 챙기려 들 때가 많다. 또한 완벽주의 성격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한다.
 - 하기 싫은 일은 결국 해야 한다. 얼른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최선이다.
 - 내 자존심보다 다수의 행복이 중요하다.
 - 클라이언트보다 우리 회사 직원이 더 중요하다.
 -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는 것도 시킨 사람에 대한 예의다.
 - 상대방의 언어로 얘기하는 것도 능력이다.
 - 싸우지 말자.

기술자는 시키는 대로만 하고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개발에 소홀히 할 때가 많다. 타인의 감정과 형편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 이번 일을 잘 끝내야 다음 일도 타올 수 있다.
 - 뒤쳐지지 않는 가장 좋은 길은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 내가 도움을 주면 언젠가 남도 나를 도울 일이 있다.
 - 특별한 사람들을 특별하게 생각해주면, 특별한 일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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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이후 30년, 대중가요 흐름을 바꾼 가수들

모든 것은 서태지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서태지 세대임과 동시에 서태지 광팬이기도 하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서태지 팬들 중에서도 나는 그냥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30년간 가요계도 수도 없이 흐름이 바뀌었는데, 곰곰이 돌아보면 눈에 띄는 가수 몇몇이 생각난다. 해서 그들이 누구인지 적어보면서 추억을 회상해보고 싶다.

30년간의 가요계를 몇 몇의 등장으로 정리하는 건 너무 심하게 퉁치는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몇 가지만 제외하고는 대충대충 생략해본다.
선정 기준은 새로운 흐름을 창시하고 주도했느냐이다. 이전 시대의 유행을 끝내고 새로운 유행을 가져온, 혁신적인 전환을 주도했던 그룹을 추리고 추려서 꼽아본다.


서태지와 아이들


우선 서태지. 그리고 아이들. 서태지는 하두 얘기할 게 많은데, 우선 세계적인 음악 흐름을 단기간에 우리나라 가요계로 당겨오는데 큰 공을 세운다. 음악 수입상, 음악 백화점. 물론 우리나라 가요 흐름이나 퀄리티가 당장 팝을 따라잡지는 못했으나, 겨우 트로트 아니면 일본 가요 표절에 머물러 있던 시절을 극복해내는 시발점이 된다.

당시 서태지 노래를 좋아하던 내 기억에는 서태지 말고 다른 음악은 쓰레기같이 들렸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서태지는 뭔가 음악이 꽉 들어차 있고 풍성한데 반해 다른 노래는 영 허접하게 들렸는데 그 이유를 몰랐었다. 지금 다시 들어보니 한 마디로 사운드가 다르다. 음원 소스부터 완전히 차별적이었던 것이다.
서태지 노래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랩/댄스/메탈이 적절히 섞인 종합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드럽고 세련된 멜로디가 강력한 사운드 위에 얹어졌을 때, 참 그게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또 서태지가 좋았던 이유는 그냥 락을 좋아해서도 있다. 이 시절 가요탑텐에서 락 음악을 하는 건 오직 서태지와 김종서 뿐이었다. 락 음악의 대중화는 서태지의 가장 큰 공로일 것이다.

서태지 이전에도 댄스 음악은 있었다. 그러나 서태지 이후로는 댄스 그룹이 있다. 당시에는 노래하는 창렬이와 랩하는 재용이가 따로 있는게 유행이라서 쿨에는 박성수가 있고 R.ef에는 박철우가 있었다. 이 모든 게 이주노가 뒤에서 암 말도 안 하고 춤만 추면서도 멋있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댄스 그룹은 항상 역할이 분담되어 있고 춤만 추는 놈, 랩만 하는 놈이 따로 있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저게 가수냐~' 이다. 가수가 아닌 것 같은 놈들이 가수 행세를 시작한 시대가 바로 여기부터이고, 그래서 '나는 가수다' 를 외치며 노래 잘하는 가수가 대접받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 서태지는 완전한 음악인이었는데, 유행은 비음악이었다.

랩을 빼놓고 서태지를 얘기할 수 없다. 랩 뿐만 아니라 힙합 문화를 들여오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 듀스니 현진영이니 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음악적 성과가 너무 평가절하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끼워줄 뿐, 사실 독보적인 선구자는 서태지다.
서태지가 보여줬던 것이 본격적인 랩이 아니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정한(??) 랩의 시작은 서태지가 아니라고들 한다. 그래 좋다, 서태지가 우리나라 랩의 시초가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서태지가 랩댄스의 시초라고 한다면 여기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랩댄스, 랩과 댄스가 한 부류이던 그 시절을 서태지가 불러온 것이다. 대중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김진표와 드렁큰 타이거를 맞이할 수 없다. 우선 댄스처럼 즐기고 익숙해지고 나면 컴백홈도 나오고 하는 것이지.
이 당시의 랩댄스는 천편일률적인 유행가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2020년이 다 되어 세계에서 사랑받는 KPOP은 결국 정통힙합도 아니고 정통락도 아니고 랩과 댄스가 어우러진 바로 요 랩댄스 음악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다양성과 파격성이다. 서태지 이후 실험적이고 다양한 음악이 90년대 초중반을 수놓았다. 그리고 음악성과 개성을 중요시했던 그의 팬들은 나중에도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의 후원자가 되었다.

서태지 이후 2018년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가요계는 서태지가 남긴 유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서태지 바로 직후였던 HOT는 더더욱 그랬다.



HOT

90년대는 HOT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HOT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단번에 구세대로 만들었다. HOT 이후의 댄스 가수들은 이전보다 더욱 획일화되었다. 당시에는 이런 유머가 있었다.

요즘 나오는 애들 공통점
1. 격렬한 음악에 맞춰서 다같이 똑같은 군무로 춤을 추다가
2. 한 놈이 나와서 시끄럽게 랩을 한다
3. 또 한 놈이 나와서 인상을 쓰면서 랩을 한다.
4. 후렴에는 항상 이쁘장한 애가 나와서 노래를 한다.
5. 마지막에는 다같이 자빠지면서 끝난다.

하두 그놈이 그놈 같아서 어른들이 ㅉㅉ 혀를 차던 시절이었지.

이 시절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사회비판이다. 랩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이유없는 분노를 멋으로 생각하듯, 이 때는 사회비판이 그냥 유행이었다. HOT는 당연했고, 베이비복스같은 그룹도 민주주의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가사를 담았었다.

그리고 패션에도 문제가 좀 있었는데, 가수가 아니고서 평상복으로는 절대 입을 수 없는 옷이 유행이었다. 빤짝이 재질의 힙합바지.

이 모든 것을 유행시킨 시작은 역시 HOT다.

HOT가 해체되자, 오히려 가요계는 황금기를 맞이하여 다양한 음악의 천국이 된다. 그냥 막 떠올려봐도 패닉, 이정현, GOD, 자우림, 체리필터, 크라잉넛, 거북이, 고요테, 1TYM, MC 스나이퍼, 돌아온 서태지 등등등.. 다양한 음악이 판을 치고 이박사를 필두로 엽기 유행까지 불면서 대단한 난장판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이 시절 1등 메타를 꼽으라면 역시 테크노... 라는 탈을 쓴 뽕댄스다. 댄스 비트 위에 트로트 멜로디를 얹어서 노래방에서 신나게 부르기 좋은 노래들이 단연 유행이었다.


SG 워너비


이 모든 난장판을 끝낸 것이 SG 워너비다. 아.. 개인적으로는 이 시절을 굉장히 싫어한다. 하필 이 시절에 군대를 다녀왔는데, 이 때 선임들이랑 노래방 가면 죄다 미친 발라드만 불러 ㅋㅋ

워너비 이전 시절이 자극적이고 다양한 음악이 유행했다면 워너비 이후로 다시 가수와 노래 중심의 가요계로 재편된다.
이 시절 가요는 발라드가 아니다. 이거슨, 뽕짝 + 소몰이와 미디엄템포다. 개나 소나 소를 몰고 다니던 시절, 투탑은 역시 박효신과 환희. 그리고 MC THE MAX, 그리고 버즈. 서태지 이후 멜로디가 가장 사랑받던 시절이다.

이 시절 가요는 특히나 쉽고 간단하다. 90년대 발라드의 고급스러운 전반부는 모두 사라지고 한 소절만 끝나면 바로 후렴으로 뛰기 일쑤였다. 김동률, 윤미래가 보여주던 복잡한 리듬도 온데간데 없다. 심심한 멜로디의 빈 공간은 미디엄 템포로 채우고, 부족한 가창력과 감성은 소몰이로 채운다. 편곡은 천편일률적이고, 멜로디도 곡구성도 죄다 비슷하다. 배우기 쉽고 따라부르기 쉽고, 감정이입이 간편하다.

이 모든 특징은 트로트와 똑같다. 그리하여 과거 트로트가 가졌던 지위를 대신 가져갔다. 지금도 드라마 OST는 이때 만들어진 음악을 쓰고 있다. 싸고 좋은 음악으로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빅뱅


대 멜로디 시대를 끝내고 일렉트로의 바람을 불러온 그룹이 바로 빅뱅이다. 이들은 가요계의 중심을 다시 10대로 가져왔고, 아이돌의 시대를 재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신스기반의 전자 음악이 다시 유행을 타고 있었다. 이 흐름을 가요계에 잘 가져왔다고 본다.

서태지가 트로트의 시대를 끝냈듯이 빅뱅은 앞서 말한 통속 가요의 시대를 끝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손에 꼽을 이유가 된다.

이들의 음악을 뭘로 정의할까. 내 기준에는 그냥 랩댄스 음악이다. 랩으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나는 전형적인 가요. 대신 90년대보다 훨씬 세련된 음악과 패션과 이미지를 들고 왔다. 머리 꼬라지라든지 옷이라든지 볼 때 9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련되어졌고 음악도 더 성숙해졌다.
빅뱅은 새천년의 과도기를 지나 새로운 21세기 댄스그룹의 롤모델을 제시했다. 비스트, 엑소, BTS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세워놓은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음악에도 스타일에도, 그리고 얼굴 생김새에도 지대한 영향을 행사했던 대단한 그룹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편 빅뱅 이전에 동방신기가 있었는데 사실 그들이 한국 가요에 미친 영향력은 이유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크지 않았다. 동방신기는 지금의 아이돌보다는 오히려 과거 유행했던 엔싱크라든지 백스트리트보이즈와 같은 컨셉이었다.



2NE1


마지막으로 소개할 그룹이다. 걸그룹을 유행시켰던 할머니를 꼽으라면 당연히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겠지만, 물론 그들의 스타일도 한때 큰 유행이었지만, 가요계의 큰 흐름을 바꾸고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그룹이라면 역시 2NE1이다.

2NE1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두 가지는 실력과 개성이다. 2NE1을 기점으로 해서 드디어 얼굴만 예쁘고 아무것도 못하는, '가수 아닌 가수'들의 생명력이 끝난다. 대신 못생기고 노래 잘 하는 가수들이 인정받고 메이저가 된다. 이효리의 시대가 가고 옥주현의 시대가 온 것이다.
CL보고 이쁘다고 하는 말은 반쯤은 그저 응원이나 팬심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나머지 반이 더 중요하다. 나머지 반, 반쯤은 진심이라는 것이다. 미의 기준을 다시 세우고 멋있고 세련된 워너비가 뭔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물론 이 모든 것이 2NE1으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등 오디션 프로가 실력이라는 것에 집중하도록 만들었고, 브라운아이드걸스나 기타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열심히 활동해온 것도 사실이다. 야, 그렇게 따지면 서태지 말할 때도 언더그라운도 언급도 해야 되고, 그런 식이면 끝도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은 화룡정점, 확실하게 느낌표를 팍 찍은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이지 뭐. 대중들의 인식을 단번에 바꾼 그룹이 누구냐!

2NE1을 밑거름으로 씨스타, 걸스데이, 마마무의 시대까지 이어지면서 테레비에 나오는 가수들의 실력이라는 것이 올라갈 만큼 올라가버렸다. 이제는 대중들의 귀가 하두 좋아져서 조금만 노래 못 부르면 다 알아채버린다.
90년대 가요랑은 아예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고, 앞선 걸그룹인 원더걸스나 소녀시대, 티아라만 놓고 비교해봐도 몇 배는 나아졌다.

2NE1의 음악적 영향이라면 과감한 일렉트로, 랩스타일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나쁜 기집애, COME BACK HOME, CAN'T NOBODY 와 같은 곡들 보면 매우 과감한 비트와 일렉트로 음향이 섞여 있는데, 이런 것들을 대중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유행시켰다. 이로 해서 더 다양하고 세련된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대한민국 가요는 더 이상 기승전결의 멜로디나 뻔한 곡 구성으로 정해지지 않게 되었다. 얼마든지 개성있고 실험적인 음악이 메이저에 올라올 수 있게 된 것이다.
CL의 혀꼬부라진 랩은 당시에는 놀림감이기도 했다. 옛날에 2NE1 기사에 베뎃으로 올라간 댓글에는 "갈만큼 가궸쥐 오눌봠도 길궸쥐 분위기 타겠쥐 줠줠똬롸 월퉤쥐~ " 이렇게 랩 스타일을 비웃는 것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당연한 문법이 되었고, 지금 쇼미에 나오는 애들도 다 이런 랩만 한다. 2NE1이 이런 스타일을 퍼트리는데 1등공신이었다.

후대에 미친 영향과 별개로 2NE1의 음악특징 하나를 꼽으라면 모던락 감성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가 바로 마룬5.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멜로디 스타일 을 잘 채용해서 자칫 부족할 수도 있는 감성적인 느낌을 잘 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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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 소방차가 BTS로 바뀌었나. 그 30년동안 끊임없는 변화와 가치를 만들었던 뮤지션들이 있었고, 그와 동시에 대중들도 엄청난 성장을 했다. 이제 우리나라에는 좋은 음악을 골라들을 줄 아는 고급귀가 널리고 널렸다.
축구에서도 자국 리그가 잘 되야 하는 것처럼 KPOP도 홈그라운드에 좋은 관중을 두고 있어서 해외에서 잘 나가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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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글씨 잘 쓰는 법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악필로 대단했다. 커서도 잘 고쳐지지 않다가 스물 후반이 다 되어서야 어느 정도 교정이 되었는데, 그제서야 필기에 흥미를 느낀 탓이다.
지금도 글씨를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대충 가지런하게는 쓸 수 있다. 악필에서부터 어떻게 벗어났는지 살짝 노하우를 공개하고자 한다.

우선 인간이 왜 글씨를 못 쓰게 되는가? 부터 생각해보자. 내 경우에는 글씨 쓰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모든 숙제고 글쓰기고 몽땅 귀찮다. 굳이 잘 써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그런 상태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나면 거의 평생 악필이 된다.

악필을 벗어나는 데는 단순한 연습량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악필이라고 글씨 쓰는 횟수가 적은 것이 아니다. 문제는 글씨를 쓰면서 모양에 집중을 하지 않으니 아무리 글씨를 많이 써봐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어떤 모양으로 글씨를 써야겠다는 목표가 우선 있어야 하고, 그 목표를 위해 천천히 차분하게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글씨 모양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흥미를 유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난이도와 적절한 보상이다. 그러므로 이 포스팅에서는 아주 간단히 몇 가지만 신경쓰면 바로 글씨가 달라질 수 있도록 팁을 소개한다. 한 번 예쁜 글씨에 재미를 붙이고 나면 그 뒤로는 스스로 잘 쓸 것이다.

무턱대고 글씨 예쁘게 써라, 또박또박 써라 하면, 쓰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막막하다. 그냥 또박또박 힘주어서 쓰면 자동으로 글씨가 예뻐진단 말이냐? 절대로 그렇지 않다. 사실 우리는 초등학교 때, 글씨 쓰는 요령을 다 배운다, 그런데 너무 많이 배우는 것이 문제이다. 모든 규칙을 다 지키면서 정자로 쓰는 건 너무 어렵다. 흥미를 가지기도 전에 너무 어려우면 안 된다. 


1. 정자체

고전적으로 내려오는 필기체 방식으로서 방금 언급했던, 교과서에 나오는 글씨 쓰기 방법이다.
대략 이런 식..




가장 단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필기가 가능한데.. 구도가 복잡하고 정해진 모양들이 있어서 배울게 많고 연습도 어렵다. 자음을 작게 써야 하기 때문에 굵은 연필로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필기에 첫 발을 내딛으려면 우선 다음 사항을 신경써보자.

  1. 세로 획의 시작점을 맞춘다.





  
2. 삼각형 모양에 주의하자.






  3. 그리고 가로 폭을 일정하게 맞춘다.

우선 이렇게 세 가지만 집중해서 연습해보자. 세 가지도 너무 어렵다면 첫 번째, 세로획의 시작점을 맞추는 연습, 딱 한 가지만 열심히 해도 글씨는 금방 좋아진다.



2. 인쇄체

인쇄체란 말은 내가 만들었다. 컴퓨터나 인쇄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라는 뜻이다.



이 글씨의 특징은 사각형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에 있다. 마치 한문처럼 글자가 들어가는 사각의 영역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이다. 이 글쓰기를 연마할 때는 단 한 가지만 집중하면 된다, 네모재기에 글씨를 꽉꽉 채워서 쓸 것. 여기서 핵심은 자음인데, 초성도 크게 쓰고, 밭침도 가로로 넓게 써야 네모를 다 채울 수 있다.

이 글씨를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자 크기가 동일하게 맞춰진다. 글자에 대한 구도 역시 특별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잡혀진다. 무엇보다 쉽다. 어려운 구도와 모양을 생각해야 하는 정자체에 비해서 아무런 배움 없이도 그냥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인쇄체이다.

문제는 생각보다 이쁘지 않다는 것이다. 네모에 글자를 잘 채워넣었다고 해서 당장 글씨가 예뻐지지는 않는다. 빠르게 필기할 때도 부자연스럽다.



3. 광수체

그냥 광수체로 부르기로 했다, 나 혼자. 이런 류의 글꼴 중에서는 광수체가 제일 유명하기 때문에.




핵심은 모든 자모를 똑같은 크기로 쓰는 것이다. 글씨 구도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똑같은 크기로 쓰는 연습만 하면 된다. 매우 설명이 쉽고 간편한 반면에 글씨 예쁨의 향상은 완전 드라마틱하다. 누구나 하루만 투자하면 예쁜 글씨를 금방 쓸 수 있기 때문에 빅추천. 그리고 왠지 귀엽기 때문에 또 추천.

그리고 애초에 또박또박 쓸 수 밖에 없어서 의외로 가독성이 뛰어나다. 아래와 같이 개발 새발 써도 뭔 글씨인지는 일단 알아본다.





쓰는 속도도 빠르고 간편한데 가독성도 좋기 때문에 논술고사용으로도 좋다.

중요한 부분! 앞서서 정자체는 맨 위의 부분을 맞췄는데 여기서는 세로 방향으로 중앙을 맞춰야 한다. 어쩐지 나는 못 맞춘 것 같다...

잘 연마하면 자기 스타일에 따라 다음과 같이 변형도 가능하다.







나는 잘 못하지만 연습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귀욤귀욤 글씨체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모든 자모를 똑같은 크기로 하지 않고 ㄹ이나 ㅂ을 크게 쓴다든지 하는 변형을 하기 시작하면 점점 예술의 영역이 된다. 실제로 여러 캘리그래피를 보면 글자의 균형이ㄱ 맞지 않고 크기가 제멋대로이다.

모든 사진 예는 내가 직접 쓴 것인데.. ㅋㅋ 너무 못 써서 부끄럽지만 한 때는 최악의 악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길 바라며... 본인도 글씨를 못 쓰면서 이런 포스팅을 할 자격이 있느냐? 그래도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쨌든 간단한 목표가 있으면 그 때부터는 글씨 쓰기가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글씨가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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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마치고 부록으로 글씨에 대해 조금만 더 덧붙이고자 한다.

피지컬적인 요소는 어떨까? 기타나 피아노를 칠 때도 손가락의 힘과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데 필기에도 그런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피아노의 하농처럼 피지컬만 기르는 방법이 있다. 손목과 손날을 바닥에 붙인 채로 직선을 그어본다. 긋는 방향은 360도 방향을 다 해본다. 좌에서 우로 해봤으면 우에서 좌로도 해본다. 대각선 방향이나 30도 방향 등 모든 각도로 다 해보면 직선이 어려운 방향이 있을 것이다. 이 방향으로 왔다갔다 그려보기만 해도 금방 손가락 근육에 피로가 오면서 훈련이 된다.

대부분 어릴 때 처음 글씨를 배우게 되면 손가락에 힘이 없고, 손가락 근육은 컨트롤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글씨를 손가락으로 쓰지 않고 그저 연필을 꽉 쥔 뒤, 손목이나 팔로 글씨를 쓴다. 탁구나 테니스 운동을 제대로 배워보면, 스윙 동작에서는 미세한 손목이나 손가락을 쓰는 것이 아니라 허리, 어깨 등 큰 근육을 쓰는 것부터 배운다. 작은 근육보다 큰 근육이 컨트롤이 쉽고 힘이 세기 때문이다.

여러 글씨 교정 학원에 가면 연필 쥐는 법과 바른 자세부터 가르친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바른 자세는 큰 근육이 아니라 미세한 손가락 근육을 활용하게 된다. 손가락 쓰기에 능숙하면 필체를 바꾸기도 편하고 유연한 글쓰기가 가능하다.



글씨의 예쁨이라는 것은 크게 구도의 아름다움과 획의 아름다움으로 나뉜다. 위에서 제시하는 팁은 주로 구도의 아름다움을 얘기하고 있다. 획은 개개인의 개성이 너무 강하니까.

어떤 글씨가 예쁘게 보이는가? 결국 일정하게 쓴 글씨가 예쁘다. 가끔 개발새발 휘갈겨썼는데도 멋있게 느껴지는 글씨가 있다. 획은 개판으로 그렸어도 구도가 예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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