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기술자 - 당신은 작품을 만드는가

당신이 만든 그 결과물은 당신의 작품인가?

나는 지금 비록 프로그래머이지만 한 때는 작곡가를 꿈꾸던 음악인이었고, 지금도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엔지니어 이전에 아티스트였고, 그러한 성향이 평소에든 일을 할 때든 많이 드러나곤 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은 그 누구에게 보여주어야 할 결과물 이전에 나만의 작품이다. 이러한 생각이 일에 도움이 될 때는 누구보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괜히 내 맘대로 뭘 해보려다가 일을 망치는 경우도 많았다.

예전에 동아리 활동에서 대자보를 만드는 일이 많았는데, 나는 심각한 고민과 구상 끝에 꼼꼼한 크레파스질과 가위질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반면에, 다른 후배는 대충(내가 볼 때) 인터넷에서 자료를 참고한 뒤 쓱싹쓱싹 순식간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내가 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덕분에 많은 자유시간이 확보됨은 물론 내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이 일로 해서 내 예술가적 기질이 얼마나 사람들과 나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술가 테스트 문항


아래는 내가 직접 만든 테스트이다. 아래 항목에 해당하는 경험이 많을 수록 당신은 예술가이다.

1. 교수님이 내는 과제가 시시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교수님이 쉬운 과제를 내면 옳다구나 하고 기뻐하면 될 일인데, 예술가는 꼭 상대방의 요구사항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2. 나는 가끔 천재적인 기질을 보일 때가 있다.
신이시여, 이 영화를 정녕 제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 <벤허>를 감독한 와일러

3. 내가 설치한 윈도우가 아니면 내 컴퓨터가 아니다.
모든 환경은 완벽하고 통제 가능해야 한다.

4. 바탕화면을 고르는데 30분 이상 걸린다.
예술을 위해서는 나만의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

5. 우리 학교에는 하찮은 교수님이 많다.
자존심과 자만심이야말로 예술가의 본성이다.

6. 특별한 이유 없이 예전에 했던 과제나 프로젝트를 이따금씩 꺼내본다.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7. 파이썬은 자바보다 아름답다. (혹은 그 반대)
아름다움을 왜 따짐?

8. 교수님들은 내가 낸 과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나만의 관점, 나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은 욕구가 많으며, 대체로 이것은 잘 채워지지 않는다.

9. 시시한 논문에는 차라리 내 이름을 빼고 싶다.
예술가는 경력보다 자존심이 먼저다. 아무리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일할 때 특징


일을 하다 보면, 혹은 일을 시켜보면 예술가 기질의 사람과 기술자 기질의 사람은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때로는 큰 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결국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내가 예술가 기질이기 때문에 약간의 자학 개그를 섞어 보았다. ㅎㅎ

장) 예술가 :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단) 기술자 : 시키는 대로만 한다.
장) 기술자 : 시키는 대로는 잘 한다.
단) 예술가 : 시키는 대로 안 한다.

장) 예술가 :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한다.
단) 기술자 : 보수를 보고 일한다.
장) 기술자 : 보수만큼은 일한다.
단) 예술가 : 보수 이상으로 열심히 하다(기획만 하다) 혼자 퍼진다.

장) 예술가 : 요구사항 외에 여러 가지 필요한 기능을 생각해온다.
단) 기술자 : 요구하는 기능 외에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굴러가든 관심이 없다.
장) 기술자 : 요구하는 기능은 잘 구현한다.
단) 예술가 : 요구사항과 영 상관이 없는 결과물을 가지고 와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려고 든다.

장??) 예술가 : 시시한 일에는 관심이 없다.
단) 기술자 : 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다.
장) 기술자 :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한다.
단??) 예술가 : 쓸데없는 일에 관심이 많다.

쓸데없는 일이 정말 쓸데없는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예술가는 자기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두루 관심이 많기 때문에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잡아먹는 것 같기도 하지만, 더 좋은 결과물과 방향을 제시할 때가 많다. 하여튼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 없다. ㅋㅋㅋ


성격을 보완할 부분



예술가든 기술자든 그 성격이 다듬어지고 완성되면 결국 비슷해진다. 성격과 상관없이 직무에 있어서 요구되는 사항은 똑같은데 개선할 방향이 다르다.

예술가는 자기 하고 싶을 때만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때로는 자기 자존심만 챙기려 들 때가 많다. 또한 완벽주의 성격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한다.
 - 하기 싫은 일은 결국 해야 한다. 얼른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최선이다.
 - 내 자존심보다 다수의 행복이 중요하다.
 - 클라이언트보다 우리 회사 직원이 더 중요하다.
 -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는 것도 시킨 사람에 대한 예의다.
 - 상대방의 언어로 얘기하는 것도 능력이다.
 - 싸우지 말자.

기술자는 시키는 대로만 하고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개발에 소홀히 할 때가 많다. 타인의 감정과 형편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 이번 일을 잘 끝내야 다음 일도 타올 수 있다.
 - 뒤쳐지지 않는 가장 좋은 길은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 내가 도움을 주면 언젠가 남도 나를 도울 일이 있다.
 - 특별한 사람들을 특별하게 생각해주면, 특별한 일을 해낸다.



0 comments:

댓글 쓰기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