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은 여자 프로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송강호, 조정식, 장윤주 등 이름있는 배우 몇몇이 출연하고 촬영 당시 현역 배구 선수들과 키가 큰 모델 출신 배우들이 활약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코믹한 컨셉을 감안해서 흠잡을 곳이 없다.
그러나 연출은 많은 구멍이 있는데... 후진 영화의 전형적인 특징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1. 쓸데없는 장면과 대사
2. 설명이 부족한 캐릭터
안 그래도 밀도가 부족해서 늘어지는데 막상 필요한 캐릭터 묘사는 없다는 것이다. 주전 선수 모두에게 서사를 부여하기는 어려울지라도 각각의 성격과 딜레마를 보여줄 수 있는 씬이 모자라거나 빈약하다.
그나마 서사가 부여된 선수는 소심하고 눈치를 본다는 강지숙이 긍정적 언어로 성장한다는 것, 팀내 에이스 선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머지 팀원을 따돌렸던 이민희가 다시 팀원으로 받아들여지고 화해한다는 것 정도이다. 그마저도 너무 단순하게 묘사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팀내 문제 선수에 대해 다양한 팀원들의 반응과 의견이 있을텐데 너무 하나같이 한 선수를 따돌리다가 또 하나같이 받아들인다.
상대팀으로 이적한 성유리도 "나애리 나쁜 계집애" 정도의 묘사만 있을 뿐 뭘 얼마나 잘못했는지 모르겠고, 성격이나 그의 승부욕에 대한 묘사도 없다. 슬램덩크와 같은 좋은 예시가 있는데, 리그 모든 팀 모든 선수는 아니더라도 상대팀 에이스 정도는 성의있는 묘사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 무엇보다 가장 불만은 다들 너무 똑같이 생겼다. 안 그래도 쌍둥이 캐릭터까지 나오는 판에 너무 헷갈린다.
운동선수라는 점을 감안해서 전형적인 미인상을 넣을 수는 없었던 것, 그리고 얼굴 화장이 전부 똑같다는 것이 합쳐져 다 비슷해보인다. 진한 눈썹, 갈색 쉐도우, 작은 입.
[둘 다 인상이 똑같다]
서사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1. 뭔가 결여된 자들과 패배자들이 모여서 승리를 이룬다.
2. 오합지졸이었던 팀이 하나된다.
이거 너무 뻔한 거 아니냐고. 그런데도 몰입만 할 수 있다면 재미있다. 아예 구단주가 록키와 같은 서사를 만들고 싶다고 대놓고 말하는데 약간 제 3의 벽을 부수는 느낌이다.
눈에 띄는 건 경기장 조명이다. 일반적인 코트 조명으로는 극적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관람석은 어둡게 하고 광고판으로 색상을 입혔는데, 나름대로 괜찮은 분위기가 난다.
배구 자체에 대한 묘사는 나름 괜찮은 포인트다. 작전에 대한 설명도 스포츠 영화로서 흥미로운 부분이고,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랠리는 액션성이 뛰어나다.
시원시원한 키의 선수들의 운동 모습은 그냥 즐겁다. 배구 경기 한 번 보러 가는 셈 치고 영화를 본다면 매우 만족.
그 밖에 어이없는 빈틈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
김연경의 등장도... 너무 억지스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만의 영화 관람 포인트.
어떤 영화든 작전실, 전략실 이런 곳에서는 항상 불을 끄더라.... 불 좀 켜라 안 답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