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다시 역수입이 되고 우리 나라 사람들도 덩달아서 보게 되는 걸 보면 역시 뽕 중의 뽕은 국뽕인가. 어쨌든 궁금하다, 북미 사람들은 왜 이걸 다들 재미있게 봤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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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식 구성
영국의 어느 집안에서 아빠가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는 예수의 전 생애를 요약하고 있다. 그냥 예수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관객에게 풀어갈 수 있는, 거의 필수적인 구성이다. 심지어는 이야기 속에 아이가 등장하여 훼방을 놓거나 오병이어에서 사용할 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왕 할 거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든 이야기에 개입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귀여운 고양이 친구는 초반에만 활약하고 나중에는 그저 구경만 하게 되는데, 요셉을 쫒는 병사들을 따돌리는데 활약한다든지, 다른 말썽을 피운다든지 했어도 좋았을 것을. 잃어버린 고양이를 예수님이 찾아주는 정도로는 좀 허전하다.
또 이 구성은 예수는 현재 살아계신 너의 예수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예수를 현재로 소환하고 직접 아이와 만나면서 지금도 만날 수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어주고, 심지어는 바다에 빠지는 베드로가 아이가 되어 그 아이를 구해주는 장면까지 더해서 바로 너의 구원자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너무 많은 이야기
예수 한 사람의 생애로도 벅찬데, 여기에 출애굽 사건과 원죄의 의미까지 전달하려고 하니 도저히 예술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없다. 결국 교육적 방법으로 그냥 나레이션으로 읊어주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이에게 아빠가 나레이션을 해주는 전형적인 설명충 방식이다. 복잡한 부분들을 그냥 나레이션으로 때울 수 밖에 없다는 거...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압축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는 복잡한 부분들 다 빼고 예수의 마지막 부분만 정확하게 전달한다. 그랬더니 크리스트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영문도 모른 채 봐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어떤 의미인지 요약이라도 해서 전달하려니 그냥 교육 비디오가 된다. 애초에 그 거대한 종교 교리를 어떻게든 한 편의 영화로 담으면서 재미까지 있으려는게 대단한 욕심이다.
이 정도면 교육용도로서 더 이상 재미있을 수 없는 수준까지 온 것 같다. 훌륭하다.
1987이 생각난다
영화 1987이 썼던 방식, 독재와 민주주의와 그 복잡한 시대 상황과 사건의 흐름을 인물 하나 하나의 내러티브로 담아냈던 그 느낌이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예를 들어 걷지 못하는 친구를 지붕에서 내려보냈던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다면 여기에 최소한의 서사를 덧붙여서 걷지 못하는 친구들의 용기와 우정을 좀 담아내본다든지, 매춘부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부담되니 그냥 과감히 생략하고, 차리라 열둘의 제자들에게 내러티브를 조금 더 할애하면 어땠을까 어땠을까 어땠을까 아유 너무 아쉽다.
모든 사건이 그냥 그랬다는 사실로만 전달되고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니 영화로서 재미가 없다.
저예산 티가 난다
그래픽은 뽀로로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앵글 구성이나 배경 구성도 썩 좋지는 못했다. 3D 에서는 좋은 색감을 찾는 것도 일인가, 그렇다면 나름대로 따뜻한 톤을 잘 찾아서 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