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폴드 FC750R 실버(은축) 리뷰

레오폴드에서 드디어 은축(스피드축) 모델이 나왔다. 나름 깔끔한 마감으로 소문이 난 레오폴드라서 스피드축 입문에는 아주 좋을 듯 하다.


1. 스피드축에 대해서

스피드축은 스트로크 깊이가 짧아짐과 동시에 키 입력을 감지하는 입력 깊이가 매우 짧아져서 아주 살짝만 눌러도 바로 인식이 된다. 이 점에 대해 기존 적축/리니어 유저라도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는 듯.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습관은 손목의 움직임과 손가락 움직임이 합쳐져 있다. 손목을 많이 쓰면 타이핑하는 힘이 좋지만 정교함은 다소 떨어진다. 반면에 손가락을 오물오물 움직이면 키를 누르는 힘은 떨어지지만 더욱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고 키보드에 따라서는 더 빠른 타이핑이 가능하다. 거의 손목으로 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흑축이나 청축의 반발력을 좋아하기 마련이고, 스피드축을 활용하면 오히려 오타가 많이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손목을 크게 움직여서 ㅌ 키를 눌렀을 경우 손 모양에 따라 ㅎ이나 다른 키가 살짝 같이 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피드축은 될 수 있으면 손목의 움직임은 제한하면서 손가락을 열심히 놀려서 타이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했을 때, 에너지를 덜 쓰면서 편안한 타이핑이 가능하고, 소음이 상당히 줄어든다. 다만 팬터그래프를 쓸 때 처럼 아예 손가락만을 이용해서 타이핑하기에는 스트로크 깊이가 애매하게 깊다. 하여튼 치다 보면 키보드에 맞는 움직임으로 적응하게 된다.

글을 쓰는 본인이 가장 마지막에 사용한 키보드가 청축이다. 청축을 쓰다가 스피드축을 써보니 그 심심함과 가벼움이 확 와닿아서 당혹스러웠다. 기존에 파워풀한 흑축/청축을 쓰던 유저들은 입문하는데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한 가지 덧붙여서, 적축은 윤활을 안 하면 서걱임이 상당한데, 스피드축은 서걱임이 별로 없다. 윤활 잘 된 변흑 쓰던 추억이 떠오를 정도.

2. 레오폴드에 대해서


키캡은 레오폴드에서 자체개발한 PBT 이중사출. 기존의 이중사출은 대부분 ABS인 것에 비하면 10배는 고급이다. 이중사출은 애초에 두 가지 색의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각인이 지워질 수가 없다. 기존의 레이저 각인 PBT가 까슬까슬한 감촉이었다면 이번 레오폴드 이중사출 키캡은 오돌토돌한 감촉에 아기자기한 느낌이 난다. 안 그래도 가벼운 스피드축이 더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차라리 표면이 맨질맨질하면 더 키감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금 더 무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체리 POM 무각을 끼워봤다. 체리 정품 POM은 더 두껍고 맨질맨질하다. 그래 이 맛이야 ㅜㅜ 훨씬 더 정숙해지고 단정하고 단단한 느낌이다. 역시 리니어 스위치에는 무조건 무겁고 단단한 키캡이 최고.


1, 2, 3, 4 자리에 POM 키캡을 끼워봤다. 소리가 다르지? 키감도 달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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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모델 청축과 비교했을 때.


레오폴드의 마감은 현재 기성품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스테빌라이저(SHIFT, ENTER에 쓰임)도 아주 경쾌해서 이질감이 없다. 심심한 디자인은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키보드가 뒤틀릴 경우 힘을 주어서 바로 잡으면 된다는데, 애초에 뒤틀리는게 잘못 아닌가. 레오폴드는 뒤틀림 그런 거 없다. 레오폴드가 통울림이 크다는 사람은 최소 마제 안 써본 사람.

후면의 딥스위치를 조절하면 컨트롤과 캡스락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더불어 키캡도 따로 제공해준다. 그리고 나머지 딥 스위치도 이런 저런 키배열 수정이 가능한데, 다 쓸모없는 것 같다. 제일 필요한 건 'ESC'와 '~'를 바꿔주는 것인데, 이런 거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네.




3. 결론


기계식 키보드 대신 멤브레인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가끔 있는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기계식 키보드의 단점은 첫째로 시끄러운 소리, 둘째로 너무 깊은 스트로크, 그리고 세 번째로 험악한 디자인이다. 이런 단점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키보드라고 할 수 있으므로 기계식 입문으로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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