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니 역시나 전래놀이답게 룰이 조금씩 다른데,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했던 룰을 찾을 수 없다. 다른 룰을 읽어보니 내가 했던 그 게임이 아니고 완전히 다른 게임을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겪었던 로컬 룰을 소개한다.
필수요소
인원수는 최소 6명은 되야 재미있다. 많으면 12명정도 까지 좋고 그 이상은 번잡하다.
팀 게임으로서 두 편으로 나눠야 한다. 인원수가 달라도 상관은 없다.
두 팀은 각각 본진을 가지고 있다. 본진은 전봇대나 나무 기둥과 같은 봉 형태여야 한다. 너무 얇으면 안 되고 역시 전봇대가 적당하다. 두 본진과의 거리도 전봇대 거리 정도가 적당하다.
게임 시간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 보통 200살 넘기 시작하면 그만 둔다.
기본 룰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이 이 로컬룰의 특이한 점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나이를 가진다. 나이는 절대 서로 같을 수 없다.
사람끼리 접촉(태그)이 일어나면 그 즉시 서로 나이를 따져본다. 비교해서 나이가 많은 쪽 팀이 30살을 먹는다. 나이를 먹은 팀은 팀내 가장 연소자에게 그 나이를 준다.
만약 나이를 먹어서 두 사람 이상이 같은 나이가 되면 반드시 서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10살 더 먹는다. 여러 명이 같은 나이면 다 같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 한 명은 자기 나이 그대로이고 나머지는 10살씩 먹고 또 가위바위보를 한다.
벌어들인 나이는 한꺼번에 먹을 수 없다. 내가 0살인데 상대가 10살이 있다면 반드시 10살 먹고 상대랑 가위바위보를 해야 한다. 만약 30살을 벌었으면 나(혹은 우리팀 꼴찌)에게는 3번의 기회가 있는 것이고 상대는 한 번만 지면 나보다 나이가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나이가 새로 정해지면 반드시 본진을 한 번 터치하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0살이다. 즉 가위바위보가 끝날 때마다 본진을 찍고 시작한다. 기습적으로 엉뚱한 곳에서 숨어있을 수 없다.
같은 팀끼리 손을 잡고 있으면(아무 접촉이나 상관없다) 나이를 합칠 수 있다. 예를 들어 20살과 30실이 손을 붙잡고 있으면 40살을 이길 수 있다. 3명이 합쳐도 되고 팀 전체가 합쳐도 상관없다.
본진은 무한대의 나이를 제공한다. 즉 본진과 연결된 사람(들)은 무적이다. 그러나 본진을 직접 태그하면 태그한 팀이 50살을 먹는다. 이런 점은 야구와 비슷하다 홈 베이스를 밟은 상태에서 상대를 태그하면 아웃이지만 상대가 나를 피해서 홈 베이스를 밟으면 1점인 것이다.
게임이 끝날 때 나이를 많이 먹은 팀이 이긴다. 게임을 끝내는 시점은 자유다.
튜토리얼
처음에는 전부 다 0살이다. 다같이 모여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0살이 누구인지 정한다. 그 다음 10살, 20살 등 모든 나이를 정한다.
0살은 아무 데도 못 가고 무조건 본진 수비를 해야 한다. 0살의 비애 ㅜㅜ
최고령자는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데 달리기에 자신 없으면 2인 1조 공격을 조심해야 한다. 주로 상대 본진 뒤쪽을 노리는 공격을 한다. 달리기가 빠르면 0살이라도 도망다니면서 어그로를 끌 수도 있다. 꼭 달리기 자신있는 형들이 자기 나이랑 상관없이 시작하자마자 뛰쳐나가고 본다 ㅋㅋ
여러 명이 본진으로부터 손을 연결하면 리치가 매우 긴 무적 공격을 할 수 있다. 대신 본진 수비가 허술해진다. 기습적으로 둘 셋이 손을 잡고 본진을 노리는 상대에게 달려들면 효과적이다.
가끔 경찰과 도둑 게임으로 착각하고 한참 멀리 나가서 안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나이를 먹었는데도 안 보이면 일단 빼고 나이를 먹다가 돌아오면 겹치는 나이만 가위바위보를 한다. 멀리 나갔던 우리 편이 승전보를 들고 올 때 엄청 반갑다.
수비할 때는 360도를 다 봐야 하므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그게 또 재미지다.
서로 나이 계산이 안 되거나 서로 상대방이 몇 살인지 모른다거나 할 수도 있다. 나이를 반드시 알려줄 의무는 없고, 태그가 일어났을 때만 어느 쪽이 이겼는지 따져보면 된다. 이기는 나이인 데도 지는 척하고 도망가서 상대를 잡기도 한다. 상대를 쫒아가는데 상대가 갑자기 뒤를 돌게 되면 내가 설마 나이가 적던가 싶어서 되려 도망가기도 한다ㅋㅋ
왜 이 게임이 재미있는가
이 게임의 핵심 중의 핵심은 나이의 우세와 열세에 주어지는 보상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나이 어린 꼬맹이라도 가위바위보만 잘 하면 연장자가 되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힘을 만끽할 수 있다. 반대로 열세에 몰리면 본진만 붙잡고 살아야 한다. 나이가 많을 때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이 느낌과 만족감이 중독의 핵심이다.
그러면서도 역전이 잘 나온다. 본진을 붙잡으면 무적이기 때문에 기습적으로 상대를 태그할 수도 있고, 합체나 다른 방법으로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가위바위보 실력(?)으로 역전도 가능하다. 완전히 불리해져서 본진 수비만 하더라도 상대를 이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절대적인 팀 게임이다. 팀에서 벌어도 벌어들인 나이는 무조건 연소자에게 돌아간다. 캐리하는 기분 / 버스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집만 지키고 있는다고 해서 나중에 나이를 먹을 희망이 없는 게 아니다. 보상은 팀원 전체가 누린다.
0살에서부터 키워가는 육성의 재미가 있다.
처음에 0살에서 시작했어도 나이 10살만 딱 먹고 가위바위보만 다 이기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고령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나이를 벌어도 가위바위보에서 지면 말짱 꽝이다. 실력 요소와 운 요소가 적절히 잘 결합되어 있다.
전략 요소가 충분하다. 상대 본진 방향의 얼굴쪽, 반대방향의 등쪽 모두 공간적으로 중요하다. 순간적인 합체를 통해 열세를 극복할 수 있고, 어그로를 끌고 돌아다니는 상대방을 구석으로 몰아서 잡을 수도 있다. 나이가 많다고 죄다 공격하러 나왔다면 본진의 빈틈을 노릴 수도 있다.
피지컬로 승부를 걸 수도 있다. 달리기가 빠른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유리하니 나이의 상성을 뒤집는 재미가 있다. 불리한 상황을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운동량이 많다. 뛰는 것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다.
결론
정리하면서 생각해보니까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게임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워낙 게임 요소가 탄탄해서 중독성이 있을 정도이다. 어릴 때 하던 변변찮은 놀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상당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가만 보니 롤이랑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이번 나이먹기를 시작으로 전래 놀이를 하나씩 기록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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