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매한 노트북은 17UD70N-PX76K이다. 왜 구매했는지, 구매하고 나서 어떤지 써보려고 한다.
LG 노트북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일단 가성비라는 말부터 따져보려고 한다. 가성비란 말 그대로 가격 대 성능비, 같은 가격이면 좋은 성능의 제품을 사고 싶고 호구가 되긴 싫다는 당연한 소비심리가 반영된 단어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성능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는 그저 CPU, GPU와 같은 연산 유닛의 퍼포먼스, 그리고 메모리, 스토리지 등 용량만을 성능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것만 따진다면 데스크탑을 고르는 것과 차이가 없다. 기본적으로 노트북은 컴퓨터 이외에 모니터와 키보드, 터치패드를 같이 구입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모니터의 성능과 키보드, 터치패드의 성능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용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빈번히 들고다니므로 무게와 발열, 배터리용량, 디자인까지 성능에 포함되어야 한다. 만약에 이것들이 포함되지 않는 가성비라면 언급할 가치도 없는 기준이다.
만약에 단순히 연산 유닛의 성능으로만 친다면 가성비가 가장 떨어지는 제품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카메라, 디스플레이, 무게, 배터리 이런 부분들 모두 스마트폰에 중요한 요소인데 누가 가성비만 놓고 스마트폰을 고른단 말인가.
가성비는 그저 노트북을 고르는 기준 중 하나일 뿐이다. 보통 가성비 노트북이라고 하면 연산 유닛이 좋아서 게임이 쌩쌩 잘 돌아가는 대신 모니터의 색감과 바디 재질과 배터리용량과 내구성과 소음과 진동, 디자인과 크기 등 여러 부분을 포기한 것을 말한다. 반대로 가성비가 나쁘다는 노트북은 같은 가격에 비해 연산 속도는 떨어지지만 기타 다른 부분이 좋은 노트북이다. 취향의 문제일 수는 있으나 '나쁘다'는 말처럼 나쁘고 좋은 가치 판단은 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마치 뭔가 쓸데없이 비싸다는 뉘앙스로 이 용어를 붙이니 한심할 노릇이다. 노트북 평가하면서 가성비를 언급하는 사람은 과연 노트북을 제대로 써보기나 한 것일까.
싼 제품은 싼 이유가 있다. 배터리 용량이 적거나 모니터 질이 나쁘거나 키보드가 안 좋거나 소음이 심하거나 무겁거나 두껍고 크거나 튼튼하지 못하거나 볼품없이 생겼거나 소프트웨어가 부실하거나 다 이유가 있다. 단순히 기업 브랜드 이미지나 AS 정도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LG 노트북이 가성비가 나쁘냐? 나쁘다고 하면 나쁘다. 반대로 얘기해서 LG는 가성비 좋은 라인업을 만들지 않는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마감이나 기타 다른 부분을 희생해서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다. 가격이 비싸고 마감이 좋은 프리미엄 노트북만 만드는 것이 이미지 관리에도 좋고 AS에도 부담이 없다. 명품백의 비싼 가격이 마냥 단점이 아닌 것처럼 대기업의 노트북도 비싼 것이 단점이 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비싼 이유를 댈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 비싸도 상관이 없다.
울트라기어는 여러 가지 기준을 놓고 볼 때 어느 부분도 뒤지지 않는 올라운더이다. 특히 17인치 2560x1600 디스플레이에 이 정도 가벼움과 성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은 울트라기어말고 없다. 특히 데스크탑을 포기하고 PC 대용으로 쓰려면 디스플레이 성능이 무조건 받쳐줘야 한다. 잦은 이동이 있다면 최대 무게는 2kg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사무도 하고 가끔 게임도 돌리고 3D작업도 하고 나같이 간단히 딥러닝도 돌리고 하려면 외장 그래픽이 필수이다. 다시 말하지만 특히 디스플레이, 17인치 2560x1600 이 스펙이 정말 탐났다. 나는 특히 깨알같이 작은 폰트와 창모드로 동선을 최소화하고 화면을 넓게 쓰는 편이라서 dpi - 픽셀크기를 정말 많이 따진다. dpi가 낮으면 글자가 깨져서 알아보기가 힘들고 눈이 아프다.
구매 중에 다나와에 등록된 전자 상가에서 현찰로 구매하려 하니 재고가 없단다. 한참 기다리다 결국은 미개봉 중고를 샀다. 업그레이드 직접 하기가 귀찮아서 될 수 있으면 업그레이드 해주는 업자들에게 사려고 했었는데 막상 직접 업그레이드 해보니 별로 어렵지 않다. 뒷판 뜯을 때 모니터 붙어있는 힌지 부분부터 당겨서 뜯으면 된다. 나머지 부분은 무작정 당기지 말고 뒷판이 살짝 휘어지도록 안쪽으로 눌러주면 쉽게 빠진다.
윈도우 미설치 버전의 경우 윈도우 깔고 업데이트 하고, LG DnA 깔면 된다. LG DnA는 각종 드라이버 모음인데 LG 전자 서비스 다운로드 자료실에서 모델명 검색해서 받으면 된다.
웃기는 점은 윈도우 설치에 포함된 드라이버로는 무선랜이 안 잡힌다는 것이다. 일단 유선으로 연결을 해서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하든지, 아니면 USB로 미리 무선랜 드라이버를 준비해놓아야 한다.
모니터는 구체적인 스펙이 명시된 곳이 없다. 그냥 IPS LED란다. LG에서 만든 IPS 패널이면 다 똑같은 건데 이 업계를 내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하여튼 맨날 보던 LG 모니터 그 색감 그대로인데 일반 모니터처럼 세부 조정이 안 되다 보니 감마나 색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LG DnA 전부 다 깔고 난 뒤, FN + F1을 눌러 컨트롤 센터를 띄워보면 화이트 밸런스는 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 다음에 윈도우 10에서 제공하는 컬러 캘리브레이션을 사용해서 감마를 약간 올려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정이다.
모니터의 색감 조절할 때 내가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선명도이다. 일반적인 선명도 조절이란 전부다 소프트웨어로 구현된 하이패스 필터라서 과하게 들어가면 눈에 거슬린다. 이거는 캡쳐해서 확대한다고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뚫어져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자세히 눈을 갖다대고 보면 미세하게 필터가 적용된 걸 확인할 수 있다. LG에 문의한 결과 사용자가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DPI가 높으니까 거의 티는 안 나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키감은 영 엉망이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점이다. 얇으니까 스트로크 두께가 낮은 것은 어쩔 수 없는데 문제는 너무 딱딱하다는 것이다. 마치 고무가 경화된 건지 너무 딱딱하다. 제조일로부터 세 달 밖에 안 지난 제품이니까 원래부터 이렇게 딱딱한가보다. 스트로크가 얇은데, 그걸 극복한답시고 걸림 압력을 너무 크게 해놨다. 챡챡 가볍게 들어갈 수는 없는 걸까. 팬터그래프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키가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하여튼 저가형 노트북의 키보드와 비교해서 하나도 좋은 점이 없다.
터치패드는 특별히 크지도 작지도 않다. 화면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시맨택이 아니라 중국 다른 회사 거를 썼다고 한다.
디자인은 영 별로다. 우선 게이밍 노트북 티 안나고 깔끔한 것은 좋으나, 뭔가 다지안을 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다.
상판이 휘어지긴 하는데 여닫으면서 뭔가 거슬릴만큼 휘어지는 건 아니고 일부러 휘면 휜다는 뜻이다. 큰 크기에 비해서 안정감은 있다.
모니터 표면이 별로다. 매우 내구성이 취약해서 침 튄 거 닦는 데도 노심초사. 무슨 표면에 점도가 있어서 뽀드득거린다. 이것도 어째 싸구려보다 못하냐. 하여튼 조심해서 쓰면 문제는 없겠지 뭐..
진동 없다. 소음 관리도 괜찮은 편. 게임 할 때는 욍욍 돌아가서 시끄럽긴 한데, 문서작업이나 할 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살살 돌아간다. 발열은 테스트 결과 스로틀링 일단 안 걸리는데, 흰지 부분은 손 데일 만큼 뜨겁긴 하다. 타건하는 키보드 주변으로의 발열은 심하지 않아서 불쾌감을 느낀 적은 없다.
하여튼 결론적으로 다 좋은데 키감이 개판이다. 걸리는 구분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세게 눌러야 되고 세게 누르다 보니 손끝이 아프다. 키캡 표면은 매우 미끌미끌해서 마침표 찍는데 손이 계속 미끄러진다. 그냥 러버돔 위에 키캡만 씌운 건지 키캡이 덜렁거리는데 이거 팬터그래프 맞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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